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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언어학] 화용론. 전제-1

by skyjwoo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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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 골 넣었어?" 

 

이 문장은 어떤 내용을 전제할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제'에 기반하여 설명하자면, 위 문장은 '손흥민 선수가 가장 최근에 치뤄진 경기에 출전했다.'는 내용을 전제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제에 대해 좀 뭉뚱그려서 얘기해 보면, 청자와 화자 사이에 당연하다고 간주되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다. 

 

화용론에서 다루는 '전제'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학술적 용어이기에 정교한 정의가 들어간다. 정의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전제'라는 개념이 어떻게 논의되어 왔는지 먼저 살펴보자. 

 

전제(Presupposition)에 관한 여러 논의들

 

큰 틀은 전제는 의미인가, 또 다른 차원의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의미라 한다면 논리적인 참, 거짓을 다룰 수 있을 것이고, 의미론 차원이 아니라면, 참, 거짓으로 다루기 어려울 것이다.

 

화용론이라는 분야(의미론도 마찬가지지만,)는 철학에서 먼저 연구되었고(오늘날 분석철학, 언어철학으로 불리는 분야), 이를 언어학에서 받아들여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의미론에서도 언급했지만, 몇몇 학자들은 의미를 참, 거짓으로 다루고자 하였기에 논리학에 능통한 학자들도 많았다. 

 

어찌 됐든 각 학자들의 견해에 관해 살펴보자. 

 

Frege: '전제'라는 의미 차원에서 논의될 수 없어, 그리고 전제가 없으면 의미가 성립되지 않아!

1) ㄱ. 영호는 경기에서 승리했다. 

    ㄴ. '영호'는 어떤 대상을 지칭한다. (전제)

    ㄷ. 어떤 대상은 경기에서 승리했다.

위와 같은 예문(ㄱ)이 있을 때, '전제'가 의미라고 한다면, 예문(ㄱ)의 의미는 '(ㄴ) and (ㄷ)'의 꼴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위 예문(ㄱ)을 부정하면 다음과 같다. 

 

2) ㄱ'. 영호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ㄴ'. '영호'가 어떤 대상을 가리키지 않거나 어떤 대상은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not ㄴ) or (not ㄷ)]

 

예문(ㄱ)의 부정인 (ㄱ')은 예문(ㄴ) and (ㄷ)을 부정하여 ㄴ'의 꼴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는 조금 이상하다. 많일 영호가 실제 경기에서 승리했을 경우, (ㄱ') 문장은 (ㄴ')명제를 살펴볼 때, '영호'가 어떤 대상을 가리키지 않는다면, 즉 (not ㄴ)이라면, (ㄱ')문장이 참이 된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와 반대된다. 영호가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영호가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라는 문장은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Frege는 (전제)에 해당하는 (ㄴ) 부분을 의미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그 성질을 정리하였다. 

  •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구(고유 명사가 들어간 구)나 시간절은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전제를 갖는다.
  • 어떤 문장과 이에 상응하는 부정문은 같은 전제를 갖는다.
  • 어떤 문장의 명제의 참, 거짓을 판별하기 위해선, 전제가 참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Frege는 전제가 '의미'와 다르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Russell: 우리가 전제로 보는 것들은 '의미'야! 

Russell은 '전제' 역시 '의미'와 같은 방식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The + N 형태의 definite description들에 대해 다루었다. Russell이 보는 방식으로 '전제'를 다룰 때의 장점은 scope ambiguity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ㄱ. The king of Korea is 2m tall. 

위 문장을 의미적으로 분석하면, "한국의 왕이 한 명 존재하고(a), 한국의 다른 왕은 존재하지 않으며(b), 그는 키가 2m이다(c)." 라고 볼 수 있다.

 

(3ㄱ)을 부정하면 전체 문장에 대한 부정(전체 부정)이 될 수 있고, "키가 2m이다"인 점에 대해서만 부정이 될 수 있다(부분 부정). 이 두 경우 모두 "King이 존재한다(a, 전제)"는 부정되지 않는다. 즉, 이와 같은 (전제)가 포함된 상태에서의 분석이 가능하다. 

 

Strawson: Frege 말이 맞는듯? 전제가 없으면 의미가 성립되지 않아! 의미는 특정 문맥 속에서 나오는 거야! 그 문맥이 전제와 관련이 있지!

 

Strawson은 표현과 표현의 사용을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예를 들어 "한국의 왕이 키가 칠 척이다." 라는 문장이 있으면, 현재 이 문장을 발화 했을 경우, 현재 한국에는 '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문장의 참, 거짓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문맥(현재 2020년 한국, 일반 대화)이 해당 문장을 발화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Frege와 Strawson의 차이점:

의미론에서도 살펴보았는데, Frege는 의미를 'Sense'와 'Reference'라는 개념으로 정의 했다. 'Sense'는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갖는 심리적 관념 같은 대상이다. '유니콘'과 같은 상상속의 대상에 대해 다룰 때, 이는 현실 세계에 지칭할 대상('Reference')가 없지만, 'Sense'는 존재하기에 의미가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Strawson은 상상 속의 대상은 문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의미에 대해 논할 수 없다. 

 

 

전제란 무엇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전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전제란, 발화된 문장 내에서 그 진리치가 '참'임이 당연시 되는 명제, 혹은 추론이라 할 수 있다. 

전제는 '>>' 기호로 표기된다.

 

전제 유발자(presupposition trigger)

전제를 유발 시키는 여러 언어적 요소들이 있다. 단어, 구문 등

 

어휘적 유발자

 

ㄱ) 한정 기술(the + N)

그 한국의 왕은 키가 2m이다/아니다. 

>> 한국의 왕이 있다(존재한다).

 

ㄴ) 사실성 술어

그는 토트넘이 이번 시즌 현재까지 중 1위였던 적이 있다는 것을 안다.

>> 토트넘이 이번 시즌 현재까지 중 1위였던 적이 있다.

 

ㄷ) 감정적 사실성

나는 그 경기에서 토트넘이 동점 골을 먹힌 것이 너무 슬프다. 

>> 그 경기에서 토트넘이 동점 골을 먹혔다.

 

ㄹ) 양상/상태 변화 술어

그 선수는 공을 받으러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는 걸 멈추었다

>> 하프라인 아래로 계속 내려왔었다.

 

ㅁ-1) 반복동사

즐라탄 선수는 AC밀란으로 돌아왔다./돌아오지 않았다.

>> 즐라탄 선수는 이전에 AC밀란에 있었던 적이 있다.

 

ㅁ-2) 반복 부사

손흥민 선수 골 넣었네

>> 손흥민 선수는 이전에도 골을 넣은 적이 있다.

 

ㅂ) 함축 술어

Tottenham managed/didn't manage to win the game.

>> Tottenham tried to win the game

 

구문적 유발자

ㅅ) 시간 부사절

손흥민은 골을 넣은 뒤, 해리케인에게 달려갔다.

>>손흥민은 골을 넣었다.

 

ㅇ) 분열문, 유사 분열문

골을 넣은 선수는 '손흥민'이다./아니다.

>> 누군가 골을 넣었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작품은 '기생충'이다.

>> 봉준호 감독이 무엇인가 만들었다.

 

ㅈ) 가정문

나에게 100조원이 있다면, 10조는 기부할 텐데.

>> 나에게 100조원이 없다. (현재 사실과 반대) 

 

 

전제의 속성

 

1) 부정 하에서의 일관성(constancy under negation)

긍정문과 이에 대응하는 부정문 모두 같은 전제를 갖는다.

이를 좀 더 멋지게 표현해 보면,

 

문장 S가 참일 때 명제 p가 참이다.

문장 S가 거짓일 때 명제 p가 여전히 참이다.

 

라고 쓸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이게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장의 부정문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며(ㄱ), 존재하더라도 전제가 아닐 수 있다. (ㄴ)

 

(ㄱ) 조선의 oo왕이 영원하길!

>> oo왕이 존재한다. 

*부정문이 존재하지 않는 다기 보다는, 위 예시는 이론상 가능하지만 잘 쓰이지 않는 경우이다.

 

(ㄴ) 그 분은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은사님이셔.

?>> 화자가 지칭하는 사람이 화자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화자에게 거리감이 있다. 

*부정문이 존재하고 해당 명제가 부정문에서도 참이나, 이는 전제가 아니라 대화 함축이다. 

 

 

2) 취소 가능성(defeasibility, cancellability)

전제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취소될 수 있다.

ㄱ) 배경 가정

ㄴ) 대화 함축

ㄷ) 담화 문맥

ㄹ) 문장 내 부정

 

ㄱ) 배경 가정

ex.) 그는 챔피언스 리그에 우승하기 전에 은퇴했다. 

~>> 그는 챔피언스 리그에 우승했다.[각주:1]

*시간절 구문 유발자에 의해 위의 명제가 전제로서 작용할 수 있지만, '은퇴>선수x>경기x>우승x'라는 배경적 가정 때문에 전제가 취소된다.

 

ㄴ) 대화 함축

ex.) 만일 손흥민 선수가 교체아웃됐다면, 서포터즈들은 교체아웃된 것에 대해 화났을 것이다.

+> 손흥민 선수가 교체아웃됐을 수도, 안 됐을 수도 있다.

~>> 손흥민 선수는 교체아웃 되었다. 

*'화나다'라는 감정 유발자에 의해 이에 상응하는 절인 '교체아웃되다'가 전제로서 '참'이 되어야 하나, 대화 함축에 의해 취소되었다.

 

ㄷ) 문맥에 의한 취소

 

ex.) 한국에 왕은 없어. 따라서 한국의 왕은 키가 2m가 넘지 않아.

~>>한국에 왕이 있다.

 

ex.) A: 창문을 열어 놓은 게 너야?

     B: C도 아니고, 저도 아니에요. 제 생각엔 바람에 열린 것 같네요.

~>> 누군가 창문을 열었다.

 

ex.) A: C가 범인인지 확인해봐야겠어.

     B: 확실한 건 D에요. 그와 얘기해 봤는데, 그는 C가 범인인 지 모르고 있더라고요. 제 생각에 C는 믿을만 한 것 같아요.

~>> C는 범인이다.

 

 

ㄹ) 문장 내 부정

 

(ㄱ) 명백한 문장 내 부정

ex.) The king of France isn't bald -there is no king of France!

~>> There is a king of France.

*같은 문장 내에 존재하기에 전제가 발생할 수 없다.

 

 

(ㄴ) if 절(가정문) 내 명백한 부정

ex.) 철수에게 아내가 있다면, 철수의 아내는 아름다울 거야.

~>> 철수는 아내가 있다.

*가정문에 의해 부정됨, 전제가 만족하는 지 확인할 수 없기에

 

 

(ㄷ) 말과 관련된 동사, 명제에 대한 태도를 나타내는 동사와 쓰일 경우에 전제를 확신할 수 없다.

말과 관련된 동사: say, tell, ask ...

명제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동사: believe, dream, want, think

 

ex.) 그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드는 꿈을 꾼다.

~>> 그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이 역시 (ㄴ)과 마찬가지로, 전제를 확신할 수 없기에 전제가 유보된다.

 

  1. '~>> p'는 'p'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의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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