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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언어학] 화용론. 대화 함축(Conversational Implicature)

by skyjwoo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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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화용론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대화 함축"에 대해 알아보자. 

 

대화 함축(Conversation Implicature)에 대한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ex1)

철수: 영희야 내일 영화 볼래?

영희: 아 맞다. 나 내일 모레 시험 있다. 미안.. 

 

우선 문장 자체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철수는 영희에게 영화를 볼 지 물어본다. 의문문 중에서도 yes or no question이다. 

영희는 내일 모레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미안함을 표현한다. 

이렇게만 보면 그다지 좋은 대화는 아니다. 왜냐하면, 철수는 응/아니로 표현될 수 있는 질문을 했고, 영희는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각 문장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는 함축 기호이다. 

 

철수: 영희야 내일 영화 볼래? +> 내일 데이트 할래? (조금 너무 갔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혹은 관습적으로 쓰이는 표현임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영희: 아 맞다. 나 내일 모레 시험 있다. 미안..  (시험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해야한다. 따라서 영화를 볼 수 없다. 사과 표현까지 더해서 완곡한 거절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위와 같이 실제 문장(정확히는 발화)이 갖는 의미에 더해 유추할 수 있는 의미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대화 함축은 대화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의미가 어떻게 유추, 함축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학자로는 Grice가 있으며, 그의 이론에 관해 앞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II. 대화 함축에 관한 그라이스의 고전 이론

그라이스는 2가지 이론을 제시하였는데, 하나는 "비 자연적 의미"에 관한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대화 함축"에 관한 이론이다. 

 

비 자연적 의미에 관한 이론

 

비 자연적 의미에 관한 이론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비 자연적 의미"란 자연적인 의미에 반대되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의미가 아닌, 간단히 말해서 "화자의 의도"라 보면 되겠다.  

meaning$_{nn}$[각주:1]에 대한 이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S가 A에게 meaning$_{nn}$ p를 U를 통해 전달하려 할 때, 다음과 같은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한다. 

S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의도한다. 

1) A가 p를 생각한다.

2) S가 1)을 의도한 다는 것에 대해 A가 인지한다. 

3) S가 1)을 의도한 다는 것을 A가 인식하는 것이 A가 p를 떠올리는 것에 대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rightarrow$ 즉, 1), 2)가 선행적으로 만족되어야 한다. 

*S는 Speaker(화자), U는 Utterance(발화), A는 Audience(청자), p는 proposition(명제)를 뜻한다. 

 

말이 굉장히 어렵긴 한데, 

1)은 청자가 화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이고, (그래, 네가 무슨 말 하는 지 알겠어.)

2)는 화자가 '청자가 자신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너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알지?)

3)은 '청자가 화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이 성립해야 청자가 그 의도에 대해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 함축에 관한 이론

 

-협력의 원리와 대화 격률

그라이스는 이상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하나의 원리와 4개의 격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대화 함축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였다.

 

고등학교 화법과 작문 시간에 간략하게 배웠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흥미있거나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뭔가 문학이나 비문학 문제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가.. 실제로 이런 이론들을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기도 했다. 

 

-협력의 원리(The co-operative principle)

화자와 청자가 티키타카를 주고 받으면서 각자 자신의 역할(화자와 청자 역할을 번갈아 가며 하게 되기에)에 맞는 의사소통적 기여를 하도록 하여라. 청자면 청자로서 해야할 역할, 화자면 화자로서 해야할 역할들을 잘 수행한다. 

 

-질의 격률(Quality)

1) 거짓말을 하지 마라.

2) 근거가 부족한 말을 하지 마라.

 

-양의 격률(Quantity)

1) 충분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여라.

2)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 마라.

 

-관련성의 격률(Relation)

관련성이 있는 내용을 말 하여라.

 

-태도의 격률(Manner)

1) 애매한(중의적인) 표현을 피하여라.

2) 모호한 표현을 피하여라.

3) 간단하게 말하여라.

4) 순서에 맞게 말하여라.

 

 

화자가 격률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행동들.

1) 화자는 격률을 준수할 수 있다. 

2) 화자는 격률을 어길 수 있다. 

3) 화자는 격률을 어기는 데 양해를 구할 수 있다. (나는 격률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함.)

4) 화자는 격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알면서도 일부러 격률을 어길 수 있다. 

 

준수된 대화 함축 vs 무시된 대화 함축

준수된 대화 함축

 

질의 격률

-손흥민 선수는 한국 사람이다. 

+> 화자는 손흥민 선수가 한국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양의 격률

-그에게는 3명의 동생이 있다. 

+> 그에게는 최대 3명의 동생이 있다. (화자가 4명이 아닌 3명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

 

관련성의 격률

-지금 몇 시죠?
-아직 슈퍼 안 열었어요.

+> 평소에 슈퍼가 여는 시간 전이다. (시간에 대해 질문했으니 시간과 관련한 대답을 해준다.)

 

태도의 격률

-내가 어제 피자스쿨 가서 2판이나 해치웠잖아.

+> 먼저 피자스쿨에 갔고, 피자 2판을 먹었다.(선 후 관계 성립)

 

무어의 역설

-손흥민 선수는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rightarrow$ 화용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다. 함축 내용과 문장 의미가 상충된다. 

+>나는 손흥민 선수가 한국 사람인 것을 믿는다.

vs

믿지 않는다.

 

 

무시된 대화 함축

화자는 격률들을 무시한 발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협력의 원리는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일반적인 함축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낸다.

 

*필자는 이렇게 대화 함축이 무시될 때 더 재미있는 의미가 많이 발견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일상에서도 많이 쓰인다고 생각된다. 

 

질의 격률 무시

-호나우지뉴는 인간이 아니야.

+> 호나우지뉴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실력)을 뛰어넘었다.

 

양의 격률 무시

-너는 너고 나는 나야

+> 각자의 상황, 인생이 있으니 신경쓰지 마라(문맥에 따라)

"너는 너, 나는 나"는 불필요한 정보이다. 너무 당연하기에, 그러나 이런 정보를 발화하면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된다.

 

관련성 격률 무시

-솔직히 걔 좀 별로지 않니?

-오늘 날씨 미쳤다

+> 그 주제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태도 격률 무시

-그녀가 웃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명료하지 않은 표현, 웃었다라고 쓸 수도 있는데 더 길게 늘여뜨려 만연체 식으로 썼다.)

+> 미소의 의미일 수 있으나. 문맥에 따라 비웃음 등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일반 대화 함축, 특정 대화 함축

 

$\rightarrow$일반 대화 함축은 특정 문맥이 요구되지 않지만, 특정 대화 함축은 특정 문맥이 요구된다.

 

 

대화 함축의 속성들

 

-취소 가능성

대화 함축이 1) 의미론적 함의, 2) 배경지식에 기반한 가정, 3) 문맥, 4) 대화 함축 우선 순위(다음에 다룰 내용)에 상충되면 취소된다.

 

-비분리성

문장의 형태가 달라도 같은 의미를 갖는 문장이라면 같은 대화 함축을 갖는다. 

$\rightarrow$ 대화 함축이 형태(form)이 아닌 의미에 부착되기 때문.

 

-계산 가능성

대화 함축은 협력의 원리와 격률들을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다. 마치 input과 함수를 통해 output을 자연스럽게 도출해 내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비 고정성(non-conventionality)

대화 함축은 어떤 말을 하느냐에 의존적이지만, 그 말을 한 것에 일부는 아니다. 즉, 명제나 문장에 의존적인 게 아닌 화자와 발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맥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강화의 원리

대화 함축은 문장의 내용(명제)와 중복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의미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보편성

대화 함축은 다른 언어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임의적으로 생겨난 현상이라기 보다는 설명될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비 결정성

대화 함축은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을 수 있다. 

 

ex1) 그 사람은 기계야 (다음과 같은 대화 함축이 동시에 가능하다.)

+> 기계처럼 일한다. 

+> 냉혈한이다.

+> 효율적으로 생각한다.

...

 

 

 

  1. nn은 Non Natural의 약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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