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시(deixis)란 무엇인가.
'deixis'는 그리스어로 'reference'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의미가 화용론에서 적용되기 위해선 '문맥'과 연관지어 보면 되겠다. 어떤 대상을 가리키긴 하는데, 문맥 속에서 가리키게 된다. 우리는 이 직시를 통해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이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중에,
6시 방향에 적 발견, 나 스킬 쿨타임 남아서 30초 뒤에 잡으러 가자.
라고 한다면, '6시 방향(장소)', '나(사람)', '30초 뒤(시간)'의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장소'는 보는 관점이나 화자나 청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인칭 대명사 역시 화자/청자에 따라 실제 지칭 대상이 달라 질 수 있으며, 시간 표현도 마찬가지로 언제 말하느냐에 따라 절대적인 시간 값이 달라진다.
이처럼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가능케 해 주는 것이 '직시'이다.
직시와 관련한 기본 개념들
직시 표현 vs 비직시 표현
직시는 크게 직시 표현과 비직시 표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직시 표현은 문맥에 의존적인 표현이고, 비직시 표현은 문맥에 의존적이지 않은, 문장 내에서 그 reference를 찾을 수 있는 표현을 말한다.
ex) ㄱ. 너랑 너가 저리로 가면 되겠다. (직시표현)
ㄴ. 영희는 자기가 이쁜걸 알 거야. (비직시표현, 영희='자기')
몸짓 용법(gestural uses) vs 기호 용법(symbolic uses)
직시표현은 몸짓 용법과 기호 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몸짓 용법: 발화 시, 화자의 가리키는 행위 등 실제 물리적인 정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기호 용법: 해당 대상이 언제, 어디서 쓰였는지를 알면 유추할 수 있다.
직시 중심(deitic centre) vs 직시 투사(deitic projection)
직시 중심: 직시 origo(오리고, 영 지점)라고도 하며 무표적으로 '나(화자), 여기(발화 시 장소), 지금(현재)'을 가리킨다.
직시 투사: 직시 중심이 어디냐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다음 예를 살펴보자.
노랑: 너 어디있어?
파랑: 나 건물 왼쪽에 있어.
파랑이 건물 왼쪽이라 표현한 것은 직시 중심을 청자로 이동하여 설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청자 입장에서 볼 때 건물의 왼쪽에 파랑(화자)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직시의 기본 범주: 인칭, 장소, 시간
직시는 문맥 정보가 문법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인칭, 장소, 시간이다. 언어, 문화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인칭 직시: 발화내 대화자, 참여자를 지칭한다. 문법적으로 인칭대명사, 술어와의 일치, 호격 등을 통해 표현된다.
인칭대명사
파이(φ) 자질: 인칭대명사는 '인칭, 수, 성'이라는 자질을 갖고 있다.
<인칭>
인칭 | 설명 |
1 | 화자 자신을 포함하는 지칭. [+S](Speaker) |
2 | 화자를 제외한, 청자를 포함한 지칭. [-S, +A](A: Audience) |
3 | 화자, 청자를 제외한 지칭. [-S, -A] |
3(근접), 4(회피) | 화자, 청자 제외하고 그들에 대한 지칭인데, 그 대상과 화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3인칭(근접), 4인칭(회피)로 표현될 수 있다. |
5 | 화자와 아주 거리가 먼(심리적) 대상, 어떤 원주민 언어에 존재. |
<수>
(단수, 복수) : 중국어, 한국어, 영어 등
(단수, 양수, 복수) : 아랍어, 양수는 2인을 지칭
복수 중 '우리' 개념의 분화
ex) ㄱ. 청자 포함 우리: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갈래?
ㄴ. 청자 배제 우리: 어제 우리 팀은 근처 갈비집에서 회식했어.
>> 한국어는 두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로 통일해서 쓴다. 어떤 언어는 청자의 포함 여부에 따라 문법적으로 구분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2, 3인칭은 이러한 포함, 배제 개념이 의미가 없다. 2인칭은 청자를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나머지는 상관 없으며, 3인칭은 청자를 기본적으로 배제하기 때문이다.
<성>
(남성, 여성) : 불어
(남성, 여성, 중성) : 독일어
인칭 대명사에서 성에 대한 중요도는 3인칭 > 2인칭 > 1인칭 순이다. 1, 2인칭의 경우 성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화자'와 '청자'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복수보다 단수에서 주로 구분된다. 무표적인 성은 '남성'이다.
pro-drop language: 로망스 계열 언어는 대명사(pro)가 생략된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대명사 내의 자질들은 동사에 나타난다. 한국어도 대명사가 생략되나 문맥적으로 추측된다.
ex) ㄱ. Te(너를) quiero(사랑하다, 1인칭)
ㄴ. (나는) 너를 사랑해.
호격(vocatives)
호격은 인칭 대명사와 달리 문장 내에서 서술어의 논항(argument)이 아니다. 즉, 서술어가 요구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부가적인 요소이다.
시간 표현
-발화 시를 기준으로 특정 시간 지점에 대한 또는 특정 시간 지점 사이의 간격에 대한 표현.
시간 관련 표현의 양상
1) 시간이 이동한다 vs 세계가 이동한다.
시간이 이동한다: 세계 축은 고정, 시간이 이동한다고 여기는 표현들.
ex) 내일이 빨리 오면 좋겠다.
>시간(내일)이 온다, 이동한다.
세계가 이동한다: 시간 축은 고정, 세계가 이동한다.
ex) 이 밤이 지나면 우린 또 다시 헤어져야 하는데 - 이 밤이 지나면
>세계(우리)가 이 밤을 지나간다.
2) 시간 기점 vs 시간 구간
시간 기점: 딱 그 지점, ex) 12시 정각
시간 구간: 시작 기점과 종료 기점으로 정의될 수 있다. ex) 여름 방학, 오늘 밤
3) 달력 의존 vs 달력 비의존
달력 의존(calendrical): positional, non-positional로 구분될 수 있다.
positional은 달력 내 표기된 특정 날이나 월 등 특정 지점.
non-positional은 달력 내에 존재하는 단위들, 주, 월, 년 등.
달력 비의존(non-calendrical): 달력 없이도 표현가능한 표현들, fortnight(2주일). 한국에서는 달력의 단위를 이용한 표현으로 쓰이지만, 영어에서는 이 14일 정도의 시간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한국어에서는 사흘, 아흐레 등이 되겠다.
4) 발화 시간(coding time) vs 수용 시간(receiving time)
발화 시간: 발화한 순간
수용 시간: 청자가 발화를 수용한 순간. 발화 시간과 수용시간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경우에는 수용 시간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일 수 있다. (녹화 방송, 영상 편지, 유튜브 등)
시간 관련 직시적 표현
1) 직시적 시간 부사
표현 | 설명 |
now | 발화 시간을 포함하는 근접한 시간 |
then | 과거 또는 미래의 시간을 가리킬 수 있다. not now |
today | 원거리의 시간. 발화 시간을 포함하는 하루 구간 |
tomorrow | today에 후행하는 하루 구간 |
yesterday | today에 선행하는 하루 구간 |
today, tomorrow, yesterday 등은 달력 의존 표현보다 우선적으로 표현된다.
ex) Let's go to the movies tomorrow(vs. on Saturday) (발화 시간은 Friday)
직시적 표현인 tomorrow가 우선한다. (영어의 경우임.)
복합 시간 부사
직시적 표현(this, next, last) + 비직시적 표현(Month, week, year, Monday...)
2) 시제
시제는 '시간 개념'이 언어적으로 문법화된 것이다.
Lyons와 Levinson은 시제를 메타언어적 시제(metalinguistic tense, M-tense)와 언어적 시제(Linguistic tense, L-tense)로 구분하였다. M-tense는 모든 언어에서 갖고 있으며 발화 시를 기준으로 설명되는 일종의 시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L-tense는 M-tense가 언어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주로 동사의 굴절형으로 나타나지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시간 부사나 다른 어휘를 통해 시간 개념이 표현된다.
장소 직시
장소 직시는 발화시에 참여자들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위치에 대한 표현이다.
공간 지칭 프레임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특정 대상의 위치를 계산하고 구체화하는 데 쓰이는 좌표 체계.
1) 내재적 프레임
그 대상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자질들에 의해 결정되는 프레임. 대상 중심의 좌표에 기반.
ex) 카드의 앞, 뒷면
2) 상대적 프레임
관점(viewpoint), 대상(figure), 배경(ground) 사이의 관계에 의해 규정된다. 좌표계는 관점에 의해 고정돼 있으며, 이 좌표계는 대상과 배경의 방향을 정해준다.
3) 절대적 프레임
동서남북처럼 절대적으로 규정된 좌표계를 쓴다.
언어에 따라 위 세 프레임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2, 3개를 사용하는 언어, 절대적 프레임 한 개만 쓰는 언어도 존재한다.
공간직시 문법화
1) 지시사(지시 대명사, 지시 형용사), 직시적 공간부사
-거리, 가시성, 고도, 측면(side)을 기준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거리>
1) 단일 용어 체계: 한국어로 치면 '거기' 한 단어만 쓰인다고 보면 된다.
2) 두 용어 체계: 근거리, 원거리로 구분, 한국어로 치면 '여기, 거기(또는 저기)'만 쓰이는 언어가 존재한다.
3) 세 용어 체계: 거리 중심(근거리, 중거리, 원거리) vs 인칭 중심(화자에게 가까움, 청자에 가까움, 둘 다 멂)
> 한국어는 인칭 중심으로 구분된 세 용어 체계를 갖는다.(여기, 거기, 저기)
4) 네 용어 체계: 거리 중심(이, 그, 저넘어 그곳, 저넘어 그쪽), 인칭 중심(화자 근접, 청자 근접, 둘 다 멀지만 가시적, 둘 다 멀고 보이지 않음)
*4용어 체계 이상의 체계를 갖는 언어들도 존재한다.
<가시성(visibility)>
-화자의 시야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다른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고도>
-기하학적 매개변수: 화자가 특정하는 수평선을 0지점(직시 중심)으로 보고 이에 비례한 높이의 물리적인 차원.
-지리학적 매개변수: 지형지물에 대한 어휘를 바탕으로 표현(오르막길, 내리막길, 상류, 하류 등)
<측면>
-~안에, ~밖에
2) 직시적 3인칭 대명사
-3인칭 대명사가 대상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언어들도 있다.
3) 이동 표현 관련 동사(직시 방향어)
-이리로/저리로를 표현하는 접사, 형태소, 첨어 들이 동사와 함께 쓰여 직시적 표현을 나타내기도 한다.
-직시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중심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표현하는 이동 동사들 (오다, 가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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